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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연구

단순한 인물, 세세한 배경의 조화

by ㅁ륜ㅁ 2018. 12. 5.

-두마리째의 금붕어 中 (판판야)-


  한국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만화가 판판야의 그림은 인물이 단순하게, 배경은 매우 정밀하게 묘사합니다. 이런 묘사가 일으키는 효과는 상징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저서 만화의 이해에서 상징화에 대해 설명하기를 '사람은 카툰처럼 간략하게 그린 것, 추상적이며 단순한 형태일수록 상상력으로 부족한 부분을 떼워서 사실적으로 그린 것보다 더 공감하고 쉽게 받아들인다' 라고 했습니다. 판판야는 배경과 인물의 괴리를 극대화하여 독자가 인물에 공감하기 쉽게 만들고 작품의 몰입감을 늘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판야의 배경 묘사에는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는데, 그건 자를 쓰지 않고 일렁거리는 거친 선들을 이용하는 부분입니다. 원근법을 통한 최소한의 사실성마저 잃어버린 배경은 이해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 독자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어린 시절 길을 잃은 아이의 시선에서 본 것처럼 주변 장소는 알 수 없는 곳투성이이고, 그렇기에 반대로 단순하게 묘사된 인물들은 이 낯선 환경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위안이 되어줍니다.


- 지하 여행 中. 이하 1 장 포함 (판판야) -


판판야의 작품에는 주인공을 이끌어주는 조력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독자를 대변하는 주인공이 낯선 환경에서 길을 잃은 미아라면, 조력자는 주변 지리를 잘 알고 있어 자신있게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어른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지하 여행'의 중반부에서부터 주인공은 조력자인 돌고래에게 길안내를 받는데, 돌고래는 주인공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주인공이 돌고래로부터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 돌고래는 배경과 같이 세세하게 묘사됩니다. 주인공의 내면에서 돌고래는 의지할 만한 길잡이에서 무섭게 하는 존재, 배경과 같이 낯설고 무서운 대상으로 탈바꿈한 것이며 이에 맞추어 묘사 방식도 바뀐 것입니다. 마지막 컷에서 주인공은 공포감을 해소하고자 손을 잡아달라고 요청하고, 이에 돌고래는 수락하며 다시 친근한 존재로 바뀌고, 묘사 방식도 단순하게 돌아가는 것을 통해 판판야가 자기 만화 기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인물과 세세한 배경의 대비의 조합은 판판야가 새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수십 년의 역사에 걸쳐 많은 작가들이 이용했습니다.

 

-도로로 15화 '무정곶' 中. (데즈카 오사무)


 

그림체가 안정된 후기 데즈카 오사무는 일찍이 디즈니에 영향을 받은 심플한 캐릭터와 선화 위주로 묘사를 정밀하게 한 배경의 대비를 보여주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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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 시게루의 요괴 그림책 中 (미즈키 시게루) -

 

 게게게의 기타로를 그린 작가 미즈키 시게루는 배경을 묘사하는데 사진 수준의 품질이 되도록 밀어붙여서 상징화를 역전해 오히려 독자에게 배경이 더 친숙하게, 그리고 반대로 덩그러니 놓여진 단순한 인물로부터 위화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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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 푼푼 17화 中 (아사노 이니오) -

 

 아사노 이니오 작가의 잘 자, 푼푼은 매우 빼어난 작화를 보여주는 세상에서 주인공인 푼푼만이 단순한 그림체로 표현되는 기법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그의 고독을 드러내는 한편 독자들이 그런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더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정리하자면 간단한 인물과 복잡한 배경의 조합은 독자에게 더 친숙한 것에 몰입하게 만드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쭈욱 이용되었던 만화 기법이며 고금의 만화가들은 제각각의 필요에 따라 이를 응용했습니다. 데즈카 오사무는 가장 정석적으로 이 기법을 사용하여 작품의 몰입감을 키웠고, 미즈키 시게루는 배경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해 자신이 다루는 요괴들에게 적합한 기괴한 분위기를 키웠습니다. 아사노 이니오는 작품 전체의 몰입감과 작품 내에서 소외된 주인공을 묘사하는 두 개의 효과를 동시에 일으키는 비범한 수를 보였습니다.


 판판야 작가는 인물의 상징화와 정밀묘사된 배경의 위화감을 잘 소화해서 자신만의 개성적인 분위기를 얻어냈습니다. 만화를 처음 그리는 사람들은 보통 인물을 최대한 잘 묘사하려고 하고 배경은 뒷전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위의 예시를 통해 우리는 작품 몰입감에 있어 오히려 반대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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