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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연구

동서양 만화에서 효과음의 발달

by ㅁ륜ㅁ 2019. 1. 23.

-골든에이지 슈퍼맨 코믹스-


 

초창기의 만화는 효과음에 대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대사가 아닌 소리를 적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죠.


-피노키노 (데즈카 오사무, 1952)-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1950년대 쯔음의 초기 데즈카 오사무 만화를 보면

효과음이 거의 전무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 스피릿 (윌 아이스너)


그러다가 미국에서 위대한 거장이 둘 나타나는데,

첫번째는 더 스피릿을 연재한 윌 아이스너입니다.

더 스피릿은 당시 고정적인 레파토리에 있던 만화 장르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는데

당장 들 수 있는 예로 다양한 카메라 앵글, 시간 순서를 무시한 줄거리 전개,

병렬적 사건 전개와 더불어 글씨체의 다양화가 있습니다.



위의 예시에서 로고가 문틀 글씨로 파여있는데,

이런 식으로 윌 아이스너는 상황, 분위기에 맞는 글씨체를 각 글자에 반영하는 것,

즉 식자를 만화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데 매우 크게 일조하였습니다.


-뭐라고 쓰였는지는 몰라도 글씨체를 통해 대충 무슨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건지 파악이 된다-



이처럼 글씨체와 말풍선만 보아도 무슨 분위기인지 전해지는 효과는

윌 아이스너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윌 아이스너 덕택에

미국 만화에서 대중적으로 전파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전설은 마블 코믹스에서 만화 기법을 집대성한 잭 커비입니다.

집중선과 효과선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잭 커비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만화에서 보이는 깔끔하면서 역동성있는 액션은 전부 잭 커비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허나 지금 주제는 액션이 아니라 식자이고,

위 예시는 잭 커비가 작업한 패널인데 보시다시피

글씨가 단순히 찌익하고 굵은 마카로 그은 게 아니라

위의 글씨는 꼭대기가 구불구불하고

아래 글씨는 군데군데 파여있어

폭발을 시각적으로 전달해줍니다.

이런 식으로 잭 커비 또한 이미지 중심의 식자에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루드비히 B, 데즈카 오사무의 유작 중 하나-


 

한편 데즈카 오사무도 후기 만화로 접어들면 전체적인 집중선과 더불어 

효과음도 깔끔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흑백만화의 한계이어서인지 서양만화만큼

각 글씨체가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는데

여기서 서양과 차이가 생깁니다.

 

서양 쪽 식자는 글자가 전달하는 이미지에 집중한다면

동양 쪽 식자는 글자 자체의 가독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스타워즈(2015) #55 (Kieron Gillen, Salvador Larroca)-

마블 코믹스에서 연재중인 스타워즈 코믹스의 일부인데

츄바카의 울음소리, 메모리칩을 꽂는 효과음, 아크바 제독의 목소리가

제각각 다른 글씨체로 식자되면서 서로 다른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원피스 929화 (오다 에이이치로)-


최근 연재중인 원피스의 예시인데

여기서 각 효과음은 총의 발사음, 피격음, 분위기를 고조하는 효과음으로 제각각 다르지만

글씨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일성을 유지하는 대신 크고 굵은 글씨를 유지해 가독성을 올린 것이지요.

 

-원펀맨 리메이크 140화 (ONE, 무라타 유스케)


 

위 원펀맨의 예시처럼 날카로운 소리에는 글씨체를 날카롭게 만들거나

예시는 없지만 작은 소리는 작고 얇은 글씨로 쓰는 등

일본 만화 효과음도 어느 정도는 이미지를 담긴 하지만

대부분의 효과음은 형상화를 독자의 뇌에 맡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서양 코믹스의 식자가 더 우월하느냐?

그건 또 아닌게, 일본처럼 저 효과음이 규격화가 되지 않다보니

자칫하면 효과음이 그래픽, 그림으로 인식되어버릴 여지가 있고


심한 경우에는 위 60년대 배트맨 드라마의 인트로에서처럼

작가가 의도한 효과음이 독자한테 너무 동떨어져서

웃음거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가독성의 일본이냐, 이미지의 미국이냐,

어느 게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서로 일장일단을 갖추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양 쪽의 장점을 흡수해서 보여주는 사례가 동서양에서 나오는데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202화 (호리코시 코헤이)-


서양 코믹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를 예로 들면

위에서 바쿠고가 날뛰는 효과음이

저기 위에 올라온 40년도 더 된 잭 커비가 작업한 효과음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나 흑백만화임을 고려해 글씨에 톤작업을 안 하고 흰색으로 남겨둬 가독성을 올렸습니다.

 

-호크아이(2012) #3 (맷 프랙션, 다비드 아하)


2012년에 발매된 호크아이 코믹스는 세련된 이미지와 네러티브로 각종 만화상을 휩쓸었는데

 


이를 흑백으로 전환해서 보면 효과음이 일본 만화와 같이

가독성을 중시한 형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나라 웹툰에서 자주 보이는 효과음의 예를 들어볼게요.

-헬퍼2: 킬베로스 156화 (삭) 


네이버 웹툰 헬퍼의 가독성도, 이미지도 다 버린 효과음입니다.

헬퍼는 네이버 웹툰에서 매우 높은 순위의 액션 웹툰인데

죄다 궁서체를 기울거나 이상한 효과를 먹인 근본없는 효과음을 씁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슨 만화 효과음용 폰트 킥스타터해서 나왔을텐데

그거 안 쓰고 굳이 저 궁서체를 왜 쓰는 건지 이해가 안 돼요.

 

-신의 탑 2부 336화 (SIU)


신의 탑처럼 말이죠.

효과음이 죄다 그 킥스타터한 폰트를 쓰는 것이

일본 만화 효과음의 통일성 위주 영향력에서 못 벗어났지만

그래도 글씨 크기, 색, 기울기를 다 다르게 하는게

현대의 효과음이라는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낍니다.

 

 

-버닝 이펙트 95화 (박태현)-


다음 웹툰 버닝 이펙트의 외곽선 검은색 + 흰색 글씨체 효과음.

버닝 이펙트는 개인적으로 다음 웹툰 중 가장 액션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는데

효과음 때문에 100점짜리 액션이 80점으로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

 

저 굵은 테두리 외곽선은 긋는데 편하기 때문에

일본, 한국을 가리지 않고 매우 많은 만화에서 볼 수 있는데

일본만화에서 챙기는 가독성을 살렸지만

서양만화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전혀 챙기지 못했습니다.

 

-블랙 베히모스 308화 (케이지콘) -


똑같은 다음 웹툰인 블랙 베히모스.

여기서도 검은 외곽선 흰 글씨 효과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얘는 심지어 저 마지막에 있는 륵... 부분에서 기역 부분 꼭다리를 정리하지 않았어요.

 

 

-드래곤볼 올컬러판 마인부우전. 출처는 이미지 참고-


 드래곤볼 올컬러판도 각 글씨를 다른 색으로 칠해서 이미지를 살리는데

더 편한 환경인 웹툰을 작업하는데 그러지 않는 건

정말 너무 많은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고수 2부 72화 (류기운, 문정후)


이런 식으로요.

 

네이버 웹툰 고수의 한 장면인데

똑같은 폰트이지만

제각각 색을 다르게 칠해서 최소한의 정성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작가가 출판 만화 경력이 있어서인지

바로 위 드래곤볼 예시와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이런 식으로 동서양의 효과음을 한 번 알아봤습니다.

어쩌면 대충 휘갈기고 무시해도 될 것 같은 효과음이지만

이처럼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내력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만화가 단순한 그림 혹은 줄거리의 나열이 아닌 것처럼

분명한 위치를 차지하는 효과음에도 나름 신경을 써주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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