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화 연구

ONE-PUNCH MAN 의 최근 전개가 느려졌다고 느껴지는 이유

by ㅁ륜ㅁ 2019. 1. 1.


-'원펀맨 오리지널'. 하단에 오리지널과 리메이크 이미지 다수 첨부-


 짧고 직접적인 이유는 '진짜 많이 느려졌으니까' 이고, 길고 형식적인 이유는 '없어도 상관없는 전개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최근 전개는 글을 작성하는 시점인 2019년 1월에 연재중인 괴인 협회편을 말하며, 현재까지 연재된 '원펀맨 리메이크', '원펀맨 오리지널' 가로우편 까지 내용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읽기 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원펀맨'의 핵심 세일즈 포인트는 

1. 강대한 적에게 맞서는 히어로들의 분투
2. 그런 강대한 적을 육체/정신적으로 바르는 주인공

두 개가 있습니다. 이 핵심 세일즈 포인트는 무슨 딱딱한게 아니고, '원펀맨'이 뭔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한테 이게 어떤 작품이냐를 알릴 때 딱하고 말할 수 있는 핵심을 말합니다. 핵심 세일즈 포인트는 편집부/비평가의 입장에서 쓰는 표현이고 이는 작가의 시점에서는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 독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보고 싶은 거라고 흔히 말해집니다. 독자들은 딴 거는 다 몰라도 '원펀맨'이라는 작품에서 저 두개만큼은 반드시 보고자 합니다. 


-모스키토 걸. 등장한 화에서 바로 사망.-


 '원펀맨 리메이크' 연재 초반에는 핵심 세일즈포인트를 한 화에서 다 해결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노스가 처음 등장해서 모스키토 걸이랑 싸울 때 한 화 내에서 저 1과 2 전부를 보여줘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장면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작품이 진행될수록 1이 점점 길어지고 2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설명할 건데, 아무튼 작품이 진행될수록 강대한 적에게 히어로들은 계속 두들겨패고 두들겨맞고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데 사이타마는 2,3화에 잘 해봐야 한 두 컷 나와서 두리번거리는게 전부입니다. 두 개의 세일즈 포인트 중에서 하나가 없어져버리니 얘는 반쪽짜리 작품이 되어버리고, 사이타마가 어떻게 저 새끼 바르나 기대하는 독자들은 관심도 없는 쩌리들 싸우는 거 때문에 지쳐버립니다.

 이 쩌리들 싸움이 길어지는게 그냥 여러 애들 싸우는 걸 보여주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지루해질 때쯤 되면 다른 히어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펼쳐서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켜주니까요. 그런데 -원펀맨 리메이크-의 최근 전개는 그러지 않고 조연들 각각이서 무슨 최종결전을 하는 것처럼 너무 비중을 크게 잡아주는데, 이래서 진짜 질리기 시작합니다. 조연 분량 챙기는게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얘네가 없어도 상관없는 연출, 생략해도 상관없는 기술이나 변신을 해대기 때문에 이전에 보여준 빠른 전개에 익숙했던 독자들은 진짜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피닉스 남자. 원래는 졸개에 불과하나 쓸데없는 전개끌기의 원흉이자 피해자-


 본 글 작성 시점에서 최근 전개인 140화 언저리에서 히어로 협회의 S급 히어로들이 괴인 협회의 지하기지를 털러 가는데, 이 과정에서 s급 히어로 동제가 무슨 불사조 괴인인 피닉스 남자를 상대하는데 자기 결계로 바릅니다. 그런데 이 불사조 녀석은 변신을 하면서 동제를 역으로 바르고, 이에 동제는 변신로봇을 소환하는 방식으로 또다시 변신한 불사조 괴인을 바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기서 또 불사조 괴인이 2차 변신을 해서 동제는 발리기 시작하고, 그걸 한번 더 변신로봇 최후의 공격으로 로 불사조 괴인을 바르는데, 이걸 또 불사조 괴인이 겨우겨우 버텨서 동제를 마지막으로 바르려던 걸 마지막으로 동제가 뭔 간지럼증 로봇으로 무장해제시켜서 죽여버리는 끝으로 총 7번의 합, 6번의 전세역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 비중에서 저 불사조 괴인은 최종 보스는 커녕 중간보스인 간부에도 미치지 않는 쩌리입니다. 138부터 142화, 5개월에 걸쳐서 보인 저 장렬한 전투는 핵심만 놓고 보면 별 비중도 없는 조연들의 개싸움에 불과합니다. 명분이야 괴인협회를 공격하는 원인이자 맥거핀인 히어로 협회 후원자의 자식인 와간마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아무튼 지금 괴인 협회 편은 용급 괴인 간부들과 S급 히어로들의 격돌을 내세우고 있는데 뜬금없이 쫄따구 한 놈을 '나도 사실 용급이다!' 하고 파워업시켜서 S급 히어로가 전력을 다해 사투를 벌여서 이기는 쓸데없는 분량을 만들어냈습니다. 5개월동안 작품에서 일어난 의미있는 내용전개는 'S급 히어로 한 명이 자기 모든 패를 쓰고 거의 죽을 뻔했다' 하나밖에 없어요.


-블리치 애니메이션 196화 말미 개그영상 조마리와 바쿠야의 순보 대결.-

-동제와 불사조 괴인의 배틀은 사실상 이를 멋지게 만든 것에 불과하다.-


 '드래곤볼' 나메크성 편에서 네일이 프리저한테 두들겨맞아서 죽는 전개에 굳이 네일이 초나메크인으로 각성해서 프리저를 바르다가 1차 변신을 하니 또 두들겨맞고, 그래서 죽음을 각오해서 나메크성 오의 에스카르고 어택을 발사해서 1차 변신한 프리저를 겨우 이기나 했더니 연기 속에서 2차 변신한 프리저의 실루엣이 보이면서 네일이 허무하게 죽는 전개로 뻥튀기했다면 아마 비슷한 느낌일 것입니다.

-죽음의 기로에서 각성하는 가로우-


 이걸 변호하자면, 불사조 괴인이 용급 괴인으로 부활하는 뜬금없는 내용은 작중에서 괴인들이 '드래곤볼' 사이어인마냥 죽음의 기로에서 겨우 살아나면 엄청나게 세진다는 것이 정확히 얼마나 파워업하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도된 전개입니다. 약해빠진 불사조 괴인이 이 역할을 수행한 이유는 이런 쩌리 괴인도 S급 히어로를 위협하는 용급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인간에 불과한 가로우도 강해질 수 있음을, '원펀맨 오리지널' 전개에서 보여주는 정신나간 수준의 파워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이게 쓸데없는 분량인 이유는 이런 부활을 비중이 없는 귀급 괴인이 굳이 해야 했고, 부활을 통한 파워업으로 S급 히어로인 동제가 굳이 필사적으로 싸우기까지 했으며, 마지막으로 이미 괴인협회 수장 오로치가 이런 사이어인 파워업의 예시인데 이걸 굳이 또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활은 굳이 쩌리 괴인에게 시키지 않고 작품에서 예고한 용급 간부가 수행해도 됩니다. 용급 간부가 파워업하면 너무 강해지지 않겠냐는 반박은 완전히 파워업하기 전에 죽여버리고 '파워업하기 전에 겨우 죽였지만, 만약 부활했더라면...!' 하는 식으로 넘길 수 있고, 이 편이 쩌리 괴인이 갑툭튀해서 작품의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더 부드럽습니다. 


-괴인 협회의 용급 괴인 간부들. 불사조 괴인이 괜히 파워업해서 얘네들 차례가 5개월 밀렸다.-


 파워업 수준도 말이 안 되는게, 만약 귀급에서 한 번 파워업 용급 괴인의 힘이 S급 히어로를 위협할 수준의 힘이라면 그런 파워업을 여러 번 했을게 뻔한 괴인왕 오로치는 얼마나 무식하게 센 건지 짐작도 안 될 정도로 파워 밸런스가 널뛰기합니다. 게다가 이런 용급 괴인들은 간부로 여러 명 존재해서 앞으로 더 싸우기도 벅차요. 만약 그 정도라면 그냥 동제는 당장의 싸움을 포기하고 인질과 함께 탈출하고, 불사조 괴인은 그대로 괴인 협회 말단 간부로 편입되어서 나중에 간부와 S급 히어로들이 모두 격돌할 때 동제가 변신로봇을 끌고 와서는 다시 싸우는 식으로 전개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굳이 이 시점에서 필사적으로 싸우는건 앞으로 있을 용급 간부들과의 격돌에 대한 기대치, 즉 작가의 부담을 높이면서 동시에 계속되는 싸움으로 텐션이 끊임없이 이어져 작품의 흐름을 전부 깨트려먹습니다. '지금 동제가 모든 카드를 써야지 나중가서 '원펀맨 오리지널'에서처럼 아무것도 못할 거 아냐' 하고 핑계댈 수도 있지만, 애초에 저 변신로봇이나 간지럼증 벌레 같은 카드가 원래부터 있다고 독자들한테 알려졌던 것도 아니었고 해당 부분을 연재하면서 새로 솟아난 것이잖습니까. 만약 아무것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그런 카드들을 처음부터 만들어내지 말거나, 최소한 앞에서 보여준 용급 괴인 간부를 상대하면서 의미있게 없앴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인간에서 시작해 최강이 된 괴인왕 오로치가 떡하니 존재해서 가로우가 뭔 파워업을 하든 교로교로가 옆에서 "오오, 마치 괴인왕 오로치님과 같은, 아니 오로치 따위보다 더욱 위대한 성장...!" 하고 운운하면 합리화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부활->파워업 매커니즘을 보여주는건 그야말로 의미없는 시간낭비, 분량낭비입니다. 좋게 봐줘도 불사조 괴인은 부활 후 파워업을 해도 동제가 살짝 힘들지만 2화 분량 내에서 변신로봇 없이 혼자 처리할 정도로 끝났어야 했으며, 이 정도에서 '죽음의 기로에서 한 번 부활한 괴인은 이 정도로 세지는데, 여러 번 부활하면...?' 하는 식으로 운을 띄워주는 정도면 족했을 것입니다. 


-초반 연재 시절 클리셰 부수기의 절정을 보여준 진화의 집 에피소드-


 이걸 예전에 보여준 전개랑 비교해봅시다. 제노스랑 진화의 집을 털던 시절에는 초반부에 사망유희의 사망탑처럼 각종 장애물과 적이 있는 진화의 집을 해설한 뒤 곧바로 그 집 전체를 불태워버려서 클리어하고 밑에 있는 지하통로를 발견합니다. 요즘 전개에서라면 저걸 한 3화에 걸쳐 일일히 다 올라갔다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낙담하고, 이후 지하로 가는 통로를 발견해서 내려가자는 식으로 느리게 전개했을 겁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그건 원펀맨이라는 작품 특성상 내용이 전개되면서 적들이 강해지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강해진 걸 보여줄 방법이 싸움을 오래 끈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이타마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처한 현실을 대표하는 대사.-


 이미 1화에서부터 지구를 멸망시킬 용급괴인들이 어떤 깽판을 칠 수 있는지, 운석 충돌이 어떤지에서 보로스전을 끝으로 지구 자체에 충격을 주는 등 강대한 공격을 보여주는 건 이미 절정을 찍었어요. 토리야마 아키라가 '난 프리더가 행성 하나를 파괴하는 수준보다 더 쎈 공격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원펀맨은 극초반부에서 보여준 규모의 공격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단순히 '더 크고 강력한 공격이어서 아예 태양계가 뒤흔들린다!' 같은 공격력의 인플레이션 말고 다른 방식으로 적들이 세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남는 건 '이무리 때려도 저 새끼한테 아무런 피해가 안 가!' 같은 방어력입니다. 이때부터 사이타마는 최종병기와 같이 스토리의 마지막에 투입되고 그때까지는 조연들이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을 기다리는 z전사 마냥 버티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전환됩니다.

 이건 심해왕~보로스 스토리에서 특히나 볼 수 있는데, 그 이전까지는 심해왕보다 명백히 더 쎈 놈들도 사이타마에게는 한 방에 두부처럼 터져나갔지만 심해왕부터는 조연 히어로들이 아무리 때려도 생채기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보로스는 그 사이타마가 일반공격으로 때려도 버티는 수준의 맷집을 보여줍니다. '원펀맨 오리지널'에서는 이러한 맷집의 분야가 다양해져서 액체라서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이블 천연수, 세포 단위로 분열해서 타격, 참격을 무시하는 검은정자, 어떤 공격을 먹어도 '세인트 세이야' 브론즈 세인트마냥 죽지 않고 버텨낸 뒤 더욱 강력해지는 인간괴인 가로우와 같이 여러 가지 형태를 보여줍니다.

-원펀맨의 괴인들은 방어력에 몰빵하면서 부상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죄다 멀쩡하거나 죽거나의 2택이다.-

-그렇기에 심해왕이 상대한 진정한 적수는 무면허 라이더 한 명밖에 없고 그 외 모든 싸움은 없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선은 위에서처럼 적들이 오래 버티는 걸 보여주기 위해 쓸데없이 오래동안 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격력이 강함의 척도인 시절에는 단순히 더 강한 공격으로 적을 압도해서 전투를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어력이 강함의 척도가 되어버리면 전개를 빨리 끝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합니다, 더 강한 공격을 버텨내지 못한다면 그건 방어력이 좋지 않다는 소리이며, 강한 적이 아니라는 소리니까요. 적의 강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은 아군의 공격을 방어해내야 하며, 이전보다 더 강한 적이 나오면 이전보다 더 오랫동안 많은 공격을 막아내야 하고, 이전보다 더 많은 분량을 의무적으로 공격을 막는 장면으로 낭비해야만 합니다. 조연싸움은 다양한 히어로들이 자신들의 공격을 통하지도 않는 벽에 쇼케이스하는 걸로 전락하고, 작품은 아무런 의미없는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적이 공격을 막는 분량만이 쌓일 뿐입니다. 


-이런 필사적인 질질끌기도 사이타마에게는 단순한 놀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조연싸움과는 다르게 작품구조상 주인공은 절대로 열세를 보여서는 안되는 ONE-PUNCH MAN이기 때문에 절대 밀릴 수가 없고, 그러므로 주인공이 나타나면 싸움이 오래 걸리는게 불가능하다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딴 애들이 막 50화 가까이 털려도 사이타마가 나타나면 오래 끌어봐야 3화 정도밖에 안됩니다. 더 끌고 싶어도, 그러면 보로스 전때마냥 진심펀치 한 방 날리는데 한 화를 희생하는 것처럼 묘사의 스케일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고, 그나마도 무라타 유스케의 작화버프가 있어서 사람들이 용인하는 것이지 '한 달동안 기다려서 겨우 나간 분량이 주먹 하나 날리는 거냐?' 하는 식으로 느린 전개의 해결책은 되지 않습니다. 온갖 멋있는 작화를 걷어내고 보았을 때 '원펀맨'의 전개는 조연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부분을 질질 끄는데, 이런 것과 무색하게 주인공이 나타나기만 하면 싸움을 너무 허무하게 승리해버리는 부조리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는 배틀물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독으로 작용합니다.


 ONE도 이걸 알아서 '원펀맨 오리지널' 가로우 전에서 '사이타마는 무술을 모른다'는 측면을 써먹어서 양쪽에게 데미지는 안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서로를 이기지도 못하는 비대칭 전력전을 만들어서 타개했습니다. '원펀맨 리메이크'에서는 실버 팽한테 '너 무술 모르는 놈팽이군' 하고 언급하게 만들어서 역시 계속 준비시키는 떡밥이지만, 슈퍼파이트에서 고케츠와 싸울 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무술 모른다는 떡밥을 안 써먹었습니다. 이건 아마 가로우 전때 터트리려고 버티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스이류 같은 주변인물이 '무술을 모르는데 저 정도인데, 무술을 아는 놈이 저런 힘을 얻게 되면...!' 하고 가로우 보여주는 식으로 언급해도 괜찮았을텐데 왜 안 그랬나 모르겠습니다.


-배틀물의 유서깊은 수행 파트의 전신이 된 기술인 근육 드라이버-


 주인공은 절대 적보다 약하지 않다는 설정은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그건 작중 모든 등장인물의 수행 파트를 없애버린다는 겁니다. 수행 파트는 '근육맨'에서부터 전해진 연재비법인데, 한 에피소드 내에 있는 전투와 전투 사이에 힘을 기르는 짤막한 파트를 삽입함으로써 페이스를 조절해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하고(다른 말로는 계속 전투질을 해대서 생기는 긴장감-지루함을 없애주며) 동시에 등장인물의 새로운 필살기나 갑작스러운 파워업을 합리화합니다. 어쩌면 수행 도중에 생겨난 영웅의 공백에 악당들은 기승을 부려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이에 대항해 조연들이 목숨을 걸고 버텨내서 비장미를 더해줄 수도 있습니다. '드래곤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 '블리치'의 사신 가면의 시련, '헌터X헌터' 그리드 아일랜드에서 비스케의 수련처럼 수행은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띄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쓸모있는 도구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여기서 수행이라는 건 반드시 한 에피소드 내에서 전투와 전투 사이에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에피소드가 끝난 뒤 후일담이나 새 에피소드가 시작하는 서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잠깐 비춰주는건 연재비법으로서의 수행이 아니라 파워업을 합리화하기 위한 장면 추가에 불과합니다.


-수행?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그러나 사이타마는 수행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거 할 시간에 주먹을 휘둘러서 악당들을 다 죽여버립니다. 연재 초반에 이는 클리셰를 비튼다는 개그로 작용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이는 모든 등장인물의 수행 파트를 없애버리는 원흉이 되어버립니다. 왜냐, 아군이 수행을 해야 할 정도로 강한 적이 있다면 수행을 하기도 전에 사이타마가 나타나서 다 없애버리니까요. 결국 아군들의 수행은 특별한 파트 없이 비중 있는 녀석이라면 모든 싸움이 끝난 뒤 쉬어가는 화로 잠깐 아령 같은 거 흔드는 모습으로만 비춰주거나 비중 없는 애라면 아예 한동안 등장하지 않다가 "사실 그 동안 업그레이드했지!"와 하는 식의 말로만 퉁쳐지고, 만화는 페이스 조절장치를 잃어버리고 한 번 싸움이 시작되면 휴식없이 끊임없이 싸움질이 일어나는 무간지옥에 던져집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결국 원펀맨은 처음에 보여준 히어로들의 분투와 이를 가뿐하게 무시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기반에 둔 내용 전개가 뒤틀려버립니다. 히어로들의 분투는 최대한 오래 끌어서 독자들 진을 다 빠지게 만들고, 주인공은 잠깐 나와서 주먹 한 번 휘두르고 돌아가버리는 관심끌기용 떡밥으로 전락합니다. 만약 이게 '드래곤볼' 같은 정통배틀물이면 단순하게 주인공보다 더 쎈 적이 나와서 주인공도 고전하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이지만, 그런 정통배틀물의 클리셰를 뒤트는 것에서 생명력을 얻은 작품이기에 안고 가야만 하는 원펀맨에게 맞춰진 고질병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전투력의 측면에서 말고 극초반에서 심해왕, 보로스편으로 넘어가면서 보여준 것과 같은 작품구조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이타마와도 같은 한 방에 문제를 해결해줄 해결책이 나올때까지 독자들은 s급 히어로들처럼 이 점점 늘어지는 전개를 어떻게든 버텨내야겠지요.



 해당 사이트의 게시물은 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용된 저작물을 다수 포함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만화자료를 연구함으로써 독자에게 만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만화이론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며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아 대한민국 저작권법 제35조의 3(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부합하다고 판단합니다. 공적 이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고자 한다면 다음 페이지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aw.go.kr/LSW//lsLawLinkInfo.do?lsJoLnkSeq=1000978849&chrClsCd=010202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자료를 제3자가 이용함에 있어 공정 이용의 사유를 넘어설 경우, 원저작물의 저작권자로부터 허가를 구해야 합니다.



댓글